미국 LA에서 라스베가스까지 약 550km를 릴레이로 달리는 대회.
캠핑카에서 먹고 자며 사막을 건너는 코스.
여느 때보다 뜨겁고 추웠던 미국을 달린 정직의 이야기.
#1. 독감에 걸려 열이 40도 가까이 펄펄 끓던 날. 동료가 나를 업고 병원에 데려갔다. 팔에 주삿바늘을 꽂고,변기에 머리를 박은 채 토하고. 잠들고. 토하고 잠들고. 그렇게 지쳐 쓰러졌던 날. 결국, 회사로부터 병가를 받았다.

무기력 속에 잠겨져갈 때, 전화벨이 울렸다. 달리기하다가 약간 친해진 형이었다. 가게를 오픈하는데, 간판 사진을 좀 부탁해도 되겠냐고. 물어보는 형.

누군가 우리를 만나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 시기엔 형과 그렇게 큰 접점이 있었던 것도, 아주 가까운 관계도 아니었기에, 평소였다면 단칼에 거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직감. 이것이 가라고 한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만나서 시시콜콜한 근황 이야기가 오간다. 요즘도 달리고 있느냐, 아픈 데는 없냐. 가게는 어디서 여냐. 조금 궁금한 질문들이 오가는 대화.

그러던 중 형이 달리기를 하러 미국에 간단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라스베가스까지 550킬로를 달린다고 한다. 반복되는 좁은 전쟁터 속에 뼈만 남은 짐승이 움찔했다.

”언제 출발하나요?“ 정말로 궁금한 질문이 던져졌다.
#2. 어둠이 찾아오면 한줄기 빛에 의지하며 달리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차에 탄 동료들은 주자의 뒷모습을 묵묵히 따라가며 길이 되어줬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는 말이 없어졌다. 그렇게 침묵 속에 익숙해질 때쯤, 
누군가는 분위기를 올려보려 소리를 꺼내고, 그에 맞춰 다른 동료들도 입을 열었다. 침묵과 친절의 반복.

모두 지쳐 바닥을 보며 앞을 가고 있을 때에 누가 말했다.

“하늘을 좀 봐바.”

밤하늘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별들이 빼곡히 수 놓여 있었다. 그저 하늘을 올려다본 것뿐인데, 평생을 추억할 수 있는 순간이 생겼다.

그날 밤 나는 오들오들 떨면서도 해가 뜰 때까지 트렁크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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